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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주 칼럼] 에스키모인에 대한 오해

작성일 : 2024.11.26 17:48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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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역사를 바로 알고,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상당한 교양인에게만 허락된다. 단, 교양인이 학력과 비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영어권에서 교양인은 종종 educated people로 번역된다. ‘educate’는 라틴어 ‘educere’라는 말에서 기원하는데, 이는 ‘밖으로 나오다, 이끌어내다’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매우 성공적인 사회적 모델을 만든 국가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이 의무교육으로 진행된다. 의무교육이란 이에 반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고등학교까지도 무상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학력에 의해 교양인의 척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교양인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에 다녔다고 ‘교양인’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문화’를 통해 ‘미개인’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은 유럽인들이다.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는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아 신대륙 발견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신대륙 발견의 또 하나의 이름은 ‘식민지’ 개척이다. 어떤 눈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콜럼버스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원주민에게는 천인공노할 철천지원수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로 인해 발견된 당시의 신대륙 서인도 제도의 원주민들은 콜럼버스에 의해 금 채굴의 강제노동에 동원됐고, 금 산출량이 부족하다고 원주민을 살육, 성폭행, 노예로 만들어서 학대했으며, 도망친 원주민들은 사냥개를 풀어서 물어뜯게 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생포한 원주민 노예들을 스페인으로 보내 노예시장으로 팔아넘기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이 사용한 미개인 혹은 야만인(barbarian)은 15세기에는 ‘로마인이 아니거나 그리스인이 아닌 사람, 자신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다시 말하면 사람들(로마인과 그리스인이 아닌 모든 사람)은 ‘미개인’으로 분류했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안하무인이며 방약무도(傍若無道)한 근시안적인 세계관을 가졌다고 하겠다.

에스키모(Eskimo, Eskimos)는 캐나다의 크리족 인디언이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지칭할 때 이누이트(Innuit)라는 말을 사용한다. 대부분 시베리아 극동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에 걸친 북극 지역 원주민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콜럼버스의 착각으로 사용된 인디언(Indian) 또한 유럽의 백인 중심 관점에서 토착민(Indigenous peoples)들을 뭉뚱그려서 부른 용어가 정착한 것이다. 한국, 태국, 베트남, 인도, 일본 사람들을 단순하게 ‘아시아인’ 혹은 ‘황인종’으로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교양인 혹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편견을 함유한 용어를 수정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미국의 토착민에 대해 Native American, 캐나다에서는 First N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편견을 부채질하는 도구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일부 몰지각한 영화다. 대표적인 것이 ‘북극의 나누크(Nanook Of The North, 1922)’라는 다큐로, 마치 모든 이누이트들이 ‘이글루’에서 사는 것처럼 속여서 촬영했다. 실상 이글루는 창고 역할이나 긴 사냥 생활의 베이스캠프로 사용될 뿐이다. 가장 악질적인 편견을 심어준 영화는 앤서니 퀸(
Manuel Antonio Rodolfo Quinn Oaxaca)이 주연한 ‘야생의 순수(The Savage Innocents, 1960)’에서 이누이트 들이 자기 아내를 이방인과의 잠자리를 허락한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전혀 없는 사실은 아니지만, 혹독하고 고립된 북극에서 소수 개체로서 존재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 때문에 있었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과 근친혼으로 인한 고육지책에서 발현된 사례는 여러 민족과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실제로 종교적인 탄압으로 인해 미국의 전 지역을 전전했던 모르몬교도들은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 시기에 한시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다처제는 공식적으로 1890년 중지되었다.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의 대표적 사례는 일본 왕실이다. 일본 왕실에서의 일부다처제가 금지된 것은 근대에 들어선 1926년이었다. 현재 법률 또한 사촌간 혼인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패전(1945) 이전에는 삼촌 관계인 숙질(삼촌과 조카)간의 결혼도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왕실을 관리하는 궁내청(宮內廳)의 철저한 보안으로 내부 상황이 상세하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일본 왕실의 오래된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왕실 내의 근친혼은 결국 재산권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고 있다. 역시 가족만이 믿을 수 있다는 논리로 대변된다.

아무튼, 이와 같이 타인의 문화에 대해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콜럼버스가 정착시킨 크나큰 편견이다. 문화는 상대적이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다른 문화에서는 이해 불가의 사건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누이트에 대한 편견을 부채질한 또 하나의 축은 환경단체다. 국제동물보호로 유명한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와 그린피스 등이다. 이누이트가 눈과 얼음, 바다뿐인 척박한 땅에서 생존을 위해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것에 대해, 멸종위기와는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동물보호프로그램에 사용하기 위해 귀여운 바다표범 새끼의 이미지를 이용하면서, 이누이트가 사냥하는 모습을 악질적이고 과장되게 대중매체에 전달함으로써 이들이 야만인으로 비치도록 하는 야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실상은 어마어마한 기부금 모금을 위한 행위였음이 알려졌지만, 이에 따라 생계를 유지하는 이누이트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식량을 위해 바다표범을 사냥하고, 이들 가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누이트 사회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상세한 사실을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Angry Inuk(2017)을 감상하길 권한다.
 
브리지트 발도(Brigitte Bardot)라는 프랑스 연예인이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으니 야만스럽다’라는 비판을 한 적이 있다. ‘야만인’이라는 편견 자체가 콜럼버스라는 희대의 침략주의자가 만든 용어이지만, 자신과 다르다는 것이 야만인의 조건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는 방증이다.

문화는 그 나라의 오랜 역사적・사회적・환경적 요인을 자양으로 만들어진 사회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두 가지의 사실로 편견 어린 정의를 내리는 것은 교양인으로서 주의가 필요하다.


 

안용주

전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전 대전관광공사 상임이사
현 (사)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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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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