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主觀)과 객관(客觀)의 차이는 시점(視點)이 나(我)에 있는가 제삼자에게 있는가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나(我)에 있으면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흘러 나에게 유리한 논리를 개발하게 되고, 피아(彼我)에 시점을 두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된다.
오랜만에 긴 여행을 떠났다. 두 번 다시 없을 새 생명과의 만남을 위해 명퇴를 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학자인 듯 때로는 학자인 척 살아온 시간을 뒤로하고, 한 늙은이의 준비되지 않은 삶을 위한 길을 시작하고 보니, 반평생을 넘게 길든 습관이 쉬이 사라지지 않음을 배운다. 여전히 새벽이 되면 눈을 뜨고, 무언가를 뒤적이고 손에 잡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몸부림친다.
사소한 일로 실랑이를 벌이던 일들을 뒤로하고, 한 걸음 물러서 보니 솔로몬 왕이 얘기한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가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한 말이 겨우 이해가 간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이라는 말은 단순하게 허무(虛無)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무(無)가 ‘없다’ 혹은 ‘아니다’, ‘~하지 않다’로 번역되기 때문에 “덧없다”로 귀결되지만, 의미는 “항상(恒常)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니 바꿔 말하면 ‘모든 사물은 생멸(生滅)을 통해 이전과 다른 무엇으로 변한다’라는 의미다. 즉 물질이든 정신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生), 존(存), 멸(滅)을 거친다는 의미다.
미국은 올해에 매미 소음(騷音)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유인즉슨, 매미의 생애주기가 221년 만에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매미를 7년을 땅속에 살다가 7일을 지상(地上)에서 살다 죽는 불쌍한 곤충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종(種)에 따라 10년 이상을 땅속에서 보내다 밖으로 나오는데, 땅속에 있는 기간이 13년 주기, 17년 주기인 두 종류가 지난 1803년 이후로 221년 만에 두 주기가 겹치게 되어 평소보다 많은 매미가 출현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여름 미국에서 운전을 하다 보니 수많은 매미가 차창과 충돌하고, 잠시 문을 열라치면 매미들이 날아들어 운전을 방해한다. 수컷 매미들은 10여 년 만에 땅 위로 나와 목이 터져라 울부짖음을 대가로 단 한 번의 교미(sex)를 마치면 땅으로 떨어져 발버둥 치다 생(生)을 마감한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매미의 사체(死體)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쓰라림이 몰려오는 것은 이들의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인들이 한반도인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원효(元曉) 스님이다. 일본 교토의 고산사(高山寺)는 일본 화엄종의 효시로 불린다. 여기에 원효 스님을 그린 화엄종조사회전(華嚴宗祖師繪傳)이 전해진다. 불경 8만 4천 권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불경을 화엄경(華嚴經)으로 꼽는다. 원효대사는 화엄경뿐만 아니라 반야경, 열반경, 해심밀경, 아미타경 등 대승불교 전체를 통섭한 유일한 분으로 존경받고 있다. 원효대사의 호가 무애(無碍)다. “시작도 끝도 없고, 거침이 없다”는 말이다. 그가 함께 유학길에 올랐던 의상대사보다 더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모든 불법이 마음(心)에 달렸음을 일찍 깨닫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노병(老兵)이 되어 비로소 알게 된 것은 ‘부질없음’과 ‘죽음(死)’이다. 피할 수 없는 생(生) 존(存) 멸(滅)의 변천에 대한 고민이다.
안용주
전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전 대전관광공사 상임이사
현 (사)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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