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계절인 여름이 왔다. 한국에서 수영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맥주병’이라고 하는데 내 주변에는 생각보다 ‘맥주병’이 많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수영 못하는 사람을 ‘쇠망치(かなづち)’라고 부르는데, 내 주변 일본인 중에서는 ‘쇠망치’를 찾기가 힘들다. 왜 일본인들은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은 걸까? 그 답은 모든 일본 초・중학교가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여름철에는 초・중학교 체육 과목으로 수영을 필수로 배운다. 게다가 초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내내 수영장이 무료로 개방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매일 학교 수영장에서 친구와 수영을 한다. 따라서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대부분 초등학생이 25m 정도는 수영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일본 초등학교의 수영장 보유율은 87%로 높은 편이지만, 2018년의 94%와 비교하면 줄어들고 있다. 일본 초・중학교에는 왜 수영장이 많을까? 그 이유 중의 하나가 1964년 도쿄올림픽이다. 올림픽을 앞에 둔 1961년에 ‘스포츠진흥법’이 제정되어 수영장을 설치하면 학교에 정부가 ‘건축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른 이유는 1955년에 일어난 시운마루호 침몰사고(紫雲丸号沈没事故)다. 이 사고로 수학 여행 중이던 초・중학생 100명을 포함한 168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희생된 학생 100명 중 81명이 여학생이었다. 학교 수영장이 없던 그 시절 남학생들은 하천이나 강, 바다 등에서 놀며 스스로 수영을 체득했지만, 여학생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일본에서 수영장의 설치와 수영 교육이 활성화된 것이다.
한국 초등학교의 수영장 보유율은 약 2%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 후에 초등학생들에 대한 생존수영 교육이 의무화되었지만, 교내 수영장이 새로 설치되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는 299명이 사망했고, 또 2019년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에서는 25명의 한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수난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걸 보면 생존수영 교육은 꼭 필요하다.
초등학교에서 의무화된 생존수영 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교육을 받으면 과연 우리 자식은 생존할 수 있는 걸까? 많은 학부모가 궁금해할 것이다. 생존 수업 교육으로 초3~4학년 학생들이 실기 8시간, 이론 2시간을 수업 시간에 배운다고 한다. 실기수업에서는 구명조끼의 착용 법, 킥판과 빈 페트병을 이용해 물에 뜨는 방법을 연습한다. 그런데 수난 사고 시에 킥판이나 빈 페트병이 주변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국에서는 더 현실적인 “착의 생존수영(着衣生存水泳)”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학교의 생존수영 교육만으로 수영을 배우기는 어렵다. 일본처럼 학교 수업에서 수영을 직접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학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학교에 수영장이 있는 일본에서는 수영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지난 7월 5일 일본 고치시(高知市)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남학생이 수영 수업 시간에 물에 빠져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치시(高知市)는 시내 모든 초등학교가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해당 학교는 수영설비의 노후로 인해 근처 중학교에서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 수영장의 물 깊이가 초등학생의 키에는 맞지 않아 그 남학생이 물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른 학교 수영장도 마찬가지다. 도쿄올림픽 전후에 설치된 수영장은 점점 노후화되어가고 있다. 수리해서 다시 수영장을 사용할 것인지 수영장을 아예 철거할 것인지, 일본의 수많은 초등학교는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고 수영 실력도 길러준 학교 수영장을 철거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견해다.
학교에서 수영과 목이 없어지면 ‘맥주병’이 분명히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노후화된 수영장을 수리했다고 해도 수영장을 유지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사고 예방과 수영 교사의 확보 등 수영 수업을 계속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래서 요즘 학교 수영장 대신 민간 수영장을 활용하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당시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다. “물이 무릎 높이 정도 찼을 때 바다로 뛰어나왔다.”, “해경 보트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서 갔다.”, “가슴까지 물이 치올랐을 때 본능적으로 헤엄을 쳤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잠수가 잘되지 않았고 가까스로 잠수해서 바다로 나왔다.” 또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의 한 생존자는 “아빠가 수영 가르친 게 도움이 됐어.”라고 말했다.
학교의 생존수영 교육만으로는 생존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수난 사고시에는 내가 수영하는 법을 알아야 내 목숨은 물론 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다. 올해 여름은 ‘맥주병’인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다카하시미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통번역학과 교수
전 장안대학교 교수
언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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