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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묵 칼럼] 누가 고등학교 교실을 이렇게 만들었나?

작성일 : 2024.07.08 17:58

작성자 : 편집부 (sis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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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자는 학생, 태블릿 PC로 딴짓하는 학생이 많고 몇 명만 교사의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교사의 지도에 반발해 경찰을 부르는 일도 있고,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하는 예도 심심치 않게 신문,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수업 때문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들이 많이 늘었으며, 또 남아있는 교사들도 이러한 학교 현장에 대해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누가 고등학교 교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물론 지나온 정부, 현 정부를 비롯한 관료들과 어른들이 책임임은 자명하다. 그래도 많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주 바뀌는 일관성 없고 잘못된 입시 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어떤 입시 제도라도 내 자식이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학부모는 모든 힘을 다해 물질적, 정신적 뒷바라지를 하고 학생들도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한다. 수험생, 학부모가 되어 본 사람은 누구나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비싼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현재의 고등학교는 특목고와 일부의 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갈수록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 알다시피 현재의 입시 제도는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져 있고, 수시모집에서 소위 일류대학과 일부 대학의 학과에서만 수능 성적이 필요하고 대부분 내신 위주로 뽑고 있다. 3학년으로 진급할 때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신 성적으로 어떤 대학까지 갈 수 있는지를 이미 알 수 있으므로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노력해도 정해진 대학 이상의 좋은 대학은 갈 수 없다고 여기고 포기한다.

특히 내신에도 들어가지 않는 2학기에는 더욱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어 수능이 필요한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수업을 듣지 않고 있어 김빠진 수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아예 수업을 듣지 않고 학교에서 배부한 태블릿 PC를 마음대로 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예도 많다.

이런 입시 제도로는 이렇게 황폐해진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1980년대, 90년대 초에 90만 명 가까운 수험생들이 치루던 학력고사 시절에는 12월 말에 보는 시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으므로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좋았고 교사들도 열정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9월에 원서접수를 받는 대학의 수시모집 인원이 엄청 많고, 심지어 80% 이상을 모집하는 대학도 많다. 그리고 정원이 미달하는 대학이 많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필요도 없는 3학년 2학기 수업을 열심히 들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처음으로 30만 명대 출생한 아이이며, 20만 명대 출생한 아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입학하였다. 현재도 수험생보다 대학 정원이 많고 앞으로 더욱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하여 망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 뻔한데도 지금까지 대책 없이 일관해 온 정부는 이제라도 말로만 하는 교육개혁이 아니라 다급하게 입시 제도라도 바꿔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무너진 고등학교 교실의 풍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수능을 예전의 학력고사처럼 최대한 늦춰서 12월에 치러야 하고, 수시와 정시를 다음 해 1, 2월에 하도록 하면서 모든 입시에 수능과 내신을 비율은 차등을 두더라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수능과 내신이 모두 필요하므로 열심히 수업을 듣고 교사들도 열정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발달하지 못했던 1980년대, 90년대 12월에 했던 입시를 지금처럼 발달한 사회에서 왜 못한단 말인가? 열정에 가득한 학생들의 진지한 수업 태도와 온 힘을 기울여 수업하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는 기대하고, 이러한 생동감 넘치는 교실을 만들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


 

임계묵

전 대전 보문고등학교 교사
교육 및 진학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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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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