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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미호 칼럼] 일본이 부러워하는 K-선거

작성일 : 2024.06.03 18:51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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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0일 있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67.0%를 기록했다. 일본은 최근 15년간 투표율이 60%를 넘은 선거가 없다. 물론 한국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대통령제’이고, 반면에 일본은 국가원수인 총리를 직접 뽑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는 ‘의윈내각제(議院内閣制)’이다 보니 투표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선거 유세차량에서는 유행가가 나오고 운동원들이 그에 맞춰 춤을 춘다. 투표권이 없는 나마저도 춤을 추게 된다. 지지하는 정당은 서로 달라도 온 국민이 하나가 되고, 온 동네가 선거열에 휩싸여, K-선거는 마치 축제와 같다. 일본에서는 볼 수가 없는 광경이라 K-선거가 아주 신선하게 느껴진다.

한국 선거라고 하면 꼭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20년 전, 나는 동경에 있는 어학원에서 유학생 대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출근했는데 학교 컴퓨터 앞에 학생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한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오늘 한국 대통령 선거 날이에요”라고 말했다. 젊고 외국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도 자기 나라 대통령 선거를 궁금해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주 신기했다. 그 선거가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제16대 대통령 선거로 총투표율이 무려 70.8%였다.

일본 선거는 투표율이 항상 저조하다. 2009년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제45회 중의원 의원(衆議院議員) 선거에서 69.28%를 기록한 후로는 투표율이 60%를 넘은 선거가 없다. 2021년 10원 31일 일요일에 치러진 제49회 중의원 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55.93%로 집계됐다. 10대의 투표율이 43.21%, 20대가 36.50%, 30대가 47.12%를 기록했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한・일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일본에서는 특히 20대의 투표율이 10대의 투표율보다 낮은 것이 문제로 거론되곤 한다.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하러 가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선거일에 다른 일정이 있었다”, “시간이 없다” 등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투표일이 꼭 일요일이고 투표소는 동네 학교이다. 이렇다 보니 젊은 유권자들은 소중한 일요일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투표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은 투표소가 바로 집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편리하다. 반면에 일본은 초등학교가 투표소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내 모교이자 투표소인 초등학교는 집에서 도보로 20분, 차로 약 10분 거리로 그다지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투표하러 가기가 귀찮다는 젊은 유권자들 핑계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본에서는 낮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처럼 선거일을 수요일로 하고 법정 공휴일로 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달력에 빨간 글자로 ‘중의원 의원 선거의 날’이라고 써진다면 투표하러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조금은 더 생기지 않을까?

일본 선거의 투표용지는 특이하다. 일본은 투표용지에 직접 후보자 이름을 자필(自筆)로 쓰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선호하는 후보자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은 후보자들 중에서 한자(漢字)로 제일 쓰기 쉬운 이름을 쓴다고 농담삼아 말한다. 실제로 후보자들 중에는 자기 이름의 일부를 한자에서 히라가나 표기로 바꿔서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자가 80%나 된다고 하니 그 농담이 진담일 수도 있다. 참고로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한자를 잘못 쓰면 무효표로 처리된다고 하니 당선이 되고 싶은 후보자에게는 그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볼 수가 있다. 

한국도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 근무하는 대학교 수업에서 학생들과 선거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 여학생이 투표하고 싶은 후보자가 없어서 투표를 안 했다고 말했더니 다른 남학생이 그녀에게 말했다. “지지할 후보자가 없어도 투표권이 있는 한 투표소에 가야 한다. 우리 20대의 투표율이 낮으면 정치가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젊은이를 위한 정책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 무효표라도 좋으니 투표해야 한다.”라고. 그 남학생을 보면서 20년 전에 컴퓨터 앞에 무리 지어 있던 학생들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든든한 젊은이들이 있는 한 한국(韓國)의 미래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우리 일본 사람들이 배워야 할 것이 많음을 새삼 느꼈다. 
 


 

다카하시 미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통번역학과 교수
전 장안대학교 교수
언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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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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