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을 투척하던 훈련병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하는 순간, 아들을 둔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진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될 것인가라는 생각에 이르면 화까지 치민다.
지난 20년간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 온 MZ세대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군인으로 태어나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 앞에 모두가 무기력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군 시스템이 스마트 기기를 수족처럼 생각하는 MZ세대 젊은이들에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인지 말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작금의 현실 앞에 현대화되지 못한 군 생활이 맞는지, 스타벅스가 없는 신병훈련소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부모들은 에둘러 표현한다.
지금의 전쟁이 수류탄으로 탱크 잡는 시대가 아니라 무인 드론, 무인 장갑차, 사이버전임에도 버젓이 백과사전에는 “수류탄 투척 훈련은 군인들이 수류탄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전투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할이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반도가 남북 휴전상태로 73년이 지난 우리 군(軍)은 과학화된 무기체계와 이에 따른 전략·전술이 변했음에도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우리 군의 사고는 여전히 6.25 전쟁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꼭 신병훈련에서 생명을 담보로 실수류탄 투척 훈련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차동길 교수 주장처럼 훈련병 기초훈련을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훈련방식의 도입에 동의한다. “우리 군의 훈련방식은 모든 전투원의 전투기술을 연마시켜 분대, 소대, 중대 등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한계가 있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각개전투 훈련교장을 가보면 6.25 전쟁 이후 수십 년간 훈련장 구조와 시스템은 변함이 없다. 출발선 교통호에서 분대가 횡대로 점령하고 있다. 분대장 명령에 따라 각개 약진하다 돌무더기가 나오자 각개 병사가 돌무더기 뒤로 몸을 숨긴다. 또 전진하다 철조망이 나오면 철조망 밑으로 낮은 포복을 하며 통과하고, 웅덩이가 나오자 폭발음이 나면서 적 포탄 낙하 상황이 벌어져 웅덩이로 뛰어든다. 목표 지점에 다다르자 분대장이 ‘수류탄 투척’을 명령하고, 이어 ‘돌격 앞으로’라는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 말뚝에 매달린 폐타이어를 찌르고 때리며 육박전을 펼친다. 분대 훈련이지만 분대장 명령에 따라 개인만 잘하면 되는 훈련이다.
그러나 다양한 전장 상황과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고, 체격 조건도 다르다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분대장은 경계 및 엄호조를 배치하고, 지뢰 탐지병에게 지뢰 탐지를 명한다. 이어 몸이 빠르고, 체구가 작은 병사에게 철조망 극복을 명하고, 힘 좋은 다른 병사에게 뒤를 따르며 철조망 제거를 명한다. 먼저 철조망을 극복한 병사에게 경계 및 엄호 임무를 부여하고 나머지 분대원들이 신속하게 철조망을 극복한다.
이 훈련은 전우가 있어 내가 산다는 전우애를 체험하고, 나의 능력이 작전에 기여 할 수 있는 자부심도 생긴다. 이것이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훈련방식이다. 즉, 육상 400M 계주처럼 훈련병이 100m를 뛰는데 개인의 특성에 따라서 코너, 직선 구간을 각각 분담하여 4명이 100m씩 나누어 달리면서 개인의 가치보다 집단의 가치의 중요성을 몸소 체득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대한민국 모든 부모가 신신당부한다. “더도 덜도 말고 이 모습 그대로 돌아와, 절대 앞장서지 말고 중간만 하면 된다”라는 당부다. 더 이상 ‘훈련병 기초훈련’ 과정의 모든 매뉴얼이 재래식 이어서는 안 된다. 시대적 환경과 첨단과학 무기 사용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매뉴얼의 업그레이드가 실시간 이루어져야 그것만이 안전사고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국방(國防)이 가능하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류탄 사고의 훈련병은 우리 국민의 아들딸들이다.
강석주
현 공주대 겸임교수
현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남지사 부장, HRD전문가
현 (사)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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