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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주 칼럼] 진보(進步)의 출애굽기

작성일 : 2024.05.07 20:42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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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出埃及記)는 한마디로 탈출기록이다. 이스라엘민족이 이집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이적(異蹟)과 행적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세의 홍해를 가르는 기적, 시나이산에서의 십계명 등 기독교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등을 통해 지도자의 모습과 군중의 어리석음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4.10 총선은 부패(腐敗)한 보수(保守)의 몰락(沒落)으로 결론지어졌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로 정권을 잡은 여당과 대통령은 나와 내 주변은 ‘예외’라는 그들만의 룰을 만들었고, 유권자는 투표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심판했다. 이번 총선을 좌우한 이슈는 단 하나 ‘못살겠다’는 한 마디였다. 

경제는 추락해서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한탄하던 일본보다 주저앉았고,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1년만에 15단계를 추락해서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보다 떨어졌다. 국민을 위해 써야하는 혈세(血稅)를 관리하는 74세의 국무총리는 택시비가 1,000원 정도라는 시쳇말로 고려(高麗)적 인력거비를 언급했고, 대통령은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도무지 어느 나라 국무총리,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알 수 없는 대답으로 국민 속을 뒤집어 놓았다.

입을 막고, 눈을 막고, 귀를 막는 정부 행태에서, 남은 3년을 어떻게 살아야하나 막막한 국민들은 결국 ‘응징(膺懲)투표’라는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총선(總選)의 승리는 국민도 정치인도 아니다. 모두 패배자다.

달콤한 공약에 취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던 국민은 2년 만에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이번에는 반대편(진보측)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나간 2년이라는 세월은 앞으로 20년을 발버둥 쳐도 원상회복하기 어려운 수많은 상처를 경제, 외교, 문화, 복지, 안전 등 국민들의 삶에 깊은 생채기를 만들어 놓았다. 

보수(保守)에게 12석 몰표를 준 대구에서는 폐업률이 21.7%로 음식점 5곳 가운데 1곳이 폐업(2023)했다는 대구MBC의 보도가 있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시행했던 2020년보다도 폐업률이 1.5배 넘게 급증한 것이라는 보도다. 문제는 이런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일부 진보(進步)층에서는 안타까움보다 영남공화국이라는 야유(揶揄)를 보내는 것이다.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는 늘 이렇게 갈등구조를 이룬다.

복지에 있어서도 대한민국 시민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富)를 분배해야 한다는 보편(普遍)복지와 저소득층에만 지원해야한다는 선별(選別)복지로 부딪친다. 보수의 대기업위주의 경제정책과 시장경제 강조에 대해 진보는 중소, 벤처기업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일정부분 관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균형발전에 있어서도 서울중심의 1극체제를 심화시켜 파이를 키워서 낙수효과를 누리자는 보수와, 지역별 특성에 맞는 균형발전에 방점을 두는 진보가 부딪친다. 이런 갈등(葛藤)구조는 지난 70여 년 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랜 군사정권 하에서 ‘보수는 부패했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웃지 못 할 괴담이 횡횡했던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제대로 된 진보(進步)진영이 정권(여당)을 잡은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처음이다. 부패(?)한 보수(保守)진영이 나라를 말아먹었던 IMF를 극복했던 것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또한 보수진영에서 나라를 말아먹는 행위라며 결사반대했던 일본문화개방을 자신 있게 밀어붙여 지금의 K-컬처를 수출효자종목으로 만든 것도 김대중 대통령이다. 현 대한민국이 정보통신의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설계한 인터넷고속도로(Information Highway) 덕분이다. 실질적으로 김대중정부 5년간 1인 1PC, 도서(島嶼) 인터넷망 설치를 통해 전자정부의 기틀을 닦았다.

노무현정부는 전자정부의 완성과 한・미FTA를 통해 한국의 GDP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고, 문재인정부는 일본에는 유리하고 한국에는 가혹하리만큼 불리한 미사일개발 고도제한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서 박정희정권이 발목을 잡았던 우주개발 족쇄를 42년 만에 풀었고, 드디어 순 우리기술로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2022) 쾌거를 이뤘다.

한・미FTA를 주도한 김현종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발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IT산업발전의 초석이 된 초고속인터넷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우주산업을 위한 우주 고속도로를 개척했다’고 지적했다.

‘진보(進步)는 깨끗하지만 무능(無能)하다?’

한국이 자랑하는 전자정부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모두 진보정권 기간에 이루어졌다. 앞으로의 패러다임은 ‘보수(保守)는 부패하면서 무능(無能)하기까지 하다’는 말이다. 이제 진보(進步)는 스스로 만든, 아니 군사정권 하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던 수구(守舊)미디어가 만들어낸 ‘깨끗’, ‘무능’이 아니라 ‘부패하지 않는 잘나고 유능한’, ‘유능하면서 잘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일보한’ 신종(新種)진보의 출현을 선언(宣言)할 필요가 있다.

법(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쌓은 부(富)에 대해 진보(進步) 혹은 보수(保守)를 나누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돈(錢)에 진보와 보수가 있나? 부유층에도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다수 존재하고 또한 그 반대 입장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왜 가난은 국민이 부담하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을 당연시하는가?

그동안 일본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군사정권에 아부하며, 그 잘못을 뻔뻔하게도 무능한 국민을 질타해서 자신들의 왕국(王國)을 구축한 수구 미디어의 세뇌(洗腦)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가계(家計)가 힘들면 어렵게 나라에 바친 혈세(血稅)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요구(要求)하는 것은 유권자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국민의 혈세를 나랏님이라는 일부 권력자의 전유물로 두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조(風潮)를 만든 것이 수구 미디어가 누린 횡포(橫暴)다.   

진보적인 사람은 늘 검소하고 청빈(淸貧)해야 한다는 굴레를 씌우고 싶어 하는 자들이 수구(守舊)세력이다. 진보(進步)도 잘살고 싶은 마음은 똑같고, 형편이 되면 당당하게 비싼 차를 탈 수 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며 가족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부(富)는 보수(保守)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의 부(富)에 집착하는 것이 부패(腐敗)한 수구보수(保守)라면, 사라진 중산층을 두텁게 만듦으로서 다 함께 잘사는데 집중하는 것이 진보(進步)의 경제 가치다.

진보는 더 이상 스스로를 하대(下待)하는 정서적 학대(虐待)를 멈추자. 가치 없는 마타도어 식 논쟁에 열 올릴 필요가 없다. 내가 저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안용주

전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전 대전관광공사 상임이사
현 (사)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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