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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선 칼럼] 의대정원확대에 대한 한 지방주민의 지극히 사적인 생각

작성일 : 2024.03.07 16:31 수정일 : 2024.03.07 16:36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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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정부와 한 집단 사이의 갈등, 혹은 어느 한 집단을 대변하는 정부와 한 상대 집단 사이의 갈등을 꽤 여러 차례 겪어왔다. 그리고 지금 다시 새로운 갈등을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정원확대정책을 발표한 후 빚어진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어디로 내 디뎌야 할지 한 치 발걸음도 알 수 없는 것과는 다르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한 사람인 나에게는 너무나 명료하게 확실해진 것들이 있다. 하나는 자식을 의대 보내려는 부모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에는 북한사람과 수도권남한사람 그리고 비수도권남한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에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정부와 의료계 양쪽의 목소리에서 울려 퍼지는 당당한 대등함이다. 근로자, 실습생, 간호사, 장애인, 사회적 참사 가족, 그들과의 갈등에서처럼 을의 절박한 절규가 없다. 갑과 갑의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이전의 많은 사건, 사태, 갈등도 이처럼 대등함을 전제로 해결방안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쓸데없는 생각임을 안다. 이 대등함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팽팽한 힘의 균형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바꿔 말하면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는 갑의식으로 무장한 힘센 의사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이럴진대 자식을 의대 보내려는 부모마음을 어찌 모를까. 

나눠주기보다 몰아주기를 더 좋아하는 우리 사회와 힘 있는 곳에 더 큰 힘 실어주기를 잘하는 우리 정부가 초래한 난국에 힘없는 환자들이 절벽으로 내몰리고, 힘없는 지방주민들은 수모를 당한다. 

주수호 전 의사협회 회장 및 현 의협 비대위홍보위원장은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를 뜻하는 단어이므로,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주민들의 수준이라는 말이다. 이에 지방 주민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그는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한 상태인데도 서울로 왔던 거 아니에요. 지방을 믿지 못하고 서울로, 일류만 쫓아가는 잘못된 의료 문화를 고쳐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지방에 부족한 것은 환자”라고 글을 수정했다.  

의료격차는 고정된 전제인 듯 아무 거론도 하지 않는 이 의사에 따르면, 지방의사부족의 원인은 환자부족이고, 환자부족은 서울병, 일류병에 걸려 서울로 몰려오는 지방주민의 수준 낮은 문화행태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은 지방주민들이 서울에서의 일류병원진료를 포기하고 지방의 이류병원, 삼류병원의 환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지방주민환자가 오로지 살기위해 이렇듯 의사들도 인정하는 일류병원을 찾아 서울로 오면 그는 덤으로 일류병환자도 되고 동시에 저급문화인까지 되는 것이다.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국민 눈높이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의대 증원은 맛집에 줄을 선다고 해서 식당을 많이 짓자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지방에서 최상의 의료시설을 찾아 서울로 오고 있는데, 지방에 이류병원 짓자는 모양새라는 의미이다. 

이 의사에 따르면 지방의 의사부족이나 의료격차는 아예 아무 문제가 아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의료시설이 서울에 있고, 이 최고의 병원을 찾아가고 기다리는 수고의 행렬은 이미 지방의 의료문화이기 때문이란다. 결국 지방주민환자는 살기위해서 일류병원을 찾아 서울로 가는 원정 진료의 고난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방에는 이렇게 의사들도 인정하듯 이류병원만 있기 때문이다. 

이러하니 우리 한반도에는 북한사람과 수도권남한사람 그리고 비수도권남한사람이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일선

현 국립공주대학교 외래교수
현 충남도 정책자문위원
독일 쾰른대학교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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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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