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이어지는 예천국궁의 계보, 그리고 자부심
작성일 : 2024.01.12 18:09 수정일 : 2024.01.12 18:16
작성자 : 박창규 기자 (sisa0412@naver.com)

천안은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라는 수식어처럼 수많은 사람이 모이고 거쳐 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도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도시 속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인사이드충청은 2024년 연중기획 ‘공간과 사람’을 통해 천안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각궁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4계절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천여 번 이상의 손길이 가야 비로소 하나의 활이 완성됩니다. 활을 만드는 재료의 특성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아요. 여름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겨울에는 거의 밤샘작업을 해야 하는 고됨의 연속입니다.”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 위치한 천안국궁제작소. 그곳에는 충남 유일의 각궁 제작자 권영무 궁장이 있습니다. 그의 고향은 경북 예천군입니다. 예로부터 예천군은 활에 대한 역사와 전통, 인프라를 모두 갖춘 대한민국 각궁의 산실입니다. 예천읍 왕신리에서 조궁술(활 만드는 기술)을 익힌 명장들이 전국으로 퍼져 국궁제작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활 제작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때문에 어버지는 고향을 떠나 1970년 충남 논산으로 이사를 했어요. 우선 먹고 살아야 하는데 활 만드는 일은 돈이 되지 않으니 떠날 수밖에요.”
그러던 어느 날 부친의 손에 이끌려 예천군의 궁방을 찾았습니다. 부친은 스승에게 아이를 맡기고 활 제작 전수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활과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게 됐습니다.
“10년 동안 정말 치열하게 배웠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스승님의 궁방에서 활 만드는 일을 거들며 제작기술을 전수받았어요. 스승님이 작고하신 후 궁방을 이어받아 활을 만들다가 2009년 12월 천안으로 이주해 천안국궁제작소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천안이 있는 충청남도에는 활을 만드는 궁장이 전무했습니다. 충남에서 예천국궁의 계보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다 천안을 선택했습니다. 활 제작 과정이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힘들지요. 모든 것이 다 수작업이라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에요. 수백 번 그만두고 싶었지만 오랜 세월 가업으로 이어진 일을 지켜야한다는 마음에 40여년 넘게 활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어요. 오로지 전통 계승이라는 자부심만으로 활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권영무 궁장은 충남 유일의 국궁장이자 천안에 터를 잡고 활을 만든 만큼 더욱 자부심과 사명감이 생긴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담겨 있는 국궁으로 심신을 단련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천안시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국궁의 맥이 충남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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