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취재본부 / 박창규 기자] 세상이 변하면서 음식의 맛도 변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휩쓴 K컬처 열풍은 이제 식탁 위로까지 번졌습니다. 매운맛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 라면은 해외에서도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며 K푸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덩달아 한식은 더 맵고, 더 짜고, 더 달게 진화하며 강렬한 자극으로 미각을 휘감습니다.
그러나 소위 ‘맵찔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요즘 음식은 즐거움보다 고통에 가깝습니다. 한때는 친구와 웃으며 나누던 짬뽕 한 그릇조차 이제는 주문을 망설이게 만들곤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맛’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 답을 안성 원도심의 작은 골목에서 찾았습니다.
안성시 숭인동. 오래된 상가와 주택이 어우러진 골목 안쪽에 자리한 중식당 ‘만다린’은 20여 년 동안 변함없이 불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세련미는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전해지는 익숙한 향과 정겨운 분위기가 손님을 반깁니다.
‘만다린’은 현재 2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창업주는 1990년대 중식당 전성기를 직접 겪으며, 전통적인 불맛과 국물 맛을 담아냈습니다. 지금은 아들이 주방을 지키며 아버지의 손맛을 이어받아 변함없는 짜장과 짬뽕을 손님에게 내놓습니다. 식당 앞을 지나는 주민들은 이곳을 ‘동네의 오래된 추억 같은 집’이라고 부릅니다.
짬뽕은 얼큰하지만 요즘 유행처럼 혀를 마비시키는 매운맛이 아닙니다. 묵직한 국물은 깊고 진하며 불에 볶아낸 해산물과 채소의 향이 살아있습니다. 매운맛은 캡사이신, 불맛은 목초액이라는 쉬운 방법이 있지만 타협 없이 옛 맛을 이어갑니다. 짜장면 또한 단맛이 과하지 않고 담백해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먹던 ‘그 시절의 맛’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큼직하게 썰린 재료에 정성이 가득합니다. 탕수육은 맛을 그대로 담은 채 아이디어를 살짝 담아 내놓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가 가득한 잡탕밥에는 진심이 담겼습니다.
이 집을 지켜온 주인은 예전 그대로의 맛과 건강한 맛을 동시에 지키고 있습니다. 늦둥이 아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만든다고 전합니다. 유행을 따라간다면 더 많은 손님이 몰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옛 맛’을 고집했고, 그 결과 지금도 단골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서는 집이 되었습니다.
‘만다린’은 단순한 식당이 아닙니다. 자극의 시대 속에서 오히려 변하지 않음으로써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됐습니다. 짬뽕 한 그릇 속에 담긴 것은 국물과 면발만이 아니라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켜온 시간과 기억입니다.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적인 ‘극한의 맛’으로 사로잡고 있는 시대, 숭인동의 작은 중식당은 변함없는 ‘옛 맛’으로 또 다른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자극에 지친 이들에게 추억을 소환하고 일상의 쉼표가 되어주는 공간이 됐습니다.
만다린
경기 안성시 중앙로419번길 60
영업시간 매일 오전10시~오후9시30분
최신 HOT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