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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주 칼럼] 민초의 힘

작성일 : 2024.10.31 22:26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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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은 오석(烏石)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석(烏石)의 특징은 퇴적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 만들어진 변성암으로, 석질이 단단하고 흡수율이 낮아 잘 깨지지 않으며, 검은 광택이 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최고급 비석과 기념비, 벼루 등의 고급석재로 유명하다. 석공들은 오석을 돌 중의 진주라고 부른다. 이런 오석을 남포오석이라고 부르는데, 남포(藍浦)라는 지명은 고려사(권27)에서 그 기록을 볼 수 있고, 신라시대에 붙여진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보령오석은 지금의 보령시(웅천읍, 청라면, 미산면, 성주면)일대에서 채석되는데, 오석은 주로 비석과 조각 재료로 사용되고, 애석(艾石)은 상석(床石, 무덤 앞에 제물을 차려 놓기 위한 넓적한 돌), 청석(靑石)은 벼루(硯)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보령을 대표하는 두 산이 오서산(烏捿산, 789m)과 성주산(聖住山, 680m)이다. 성주산에는 백제시대에 전쟁 중에 사망한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오합사(烏合寺)를 지었는데, 백제 패망과 함께 폐허가 된 절을 신라시대 무염대사((無染大師)가 중창하여 성주사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국내 최대높이(4.5m)의 낭혜화상 백월보광탑비(聖住寺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가 세워져 있는데 이 비석이 남포오석으로 만들어졌다. 신라시대에 새겨진 비문(4,800여)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남포오석에 새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포(藍浦)하면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활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의 필기구의 대명사였던 붓(筆)과 벼루(硯)다. 조선의 자랑인 추사 김정희 또한 남포벼루의 애호가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유물인 세 점의 벼루 가운데 두 점이 남포벼루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성주산 인근에서 채석된 백운상석(白雲上石)이 최고로 일컬어진다.

보령시 웅천읍에는 웅천돌문화공원이 있다. 남포에서 채굴되는 각종 석재를 이용한 조각 작품을 통해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가장 백미(白美)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백운상석을 이용한 국내 최대의 산수연(山水硯)일 것이다. 약 2m높이의 이 벼루는 앞에는 물 긷는 동자를 바라보는 사슴과 달빛이 어루러진 풍경을 담고 있고, 벼루의 뒷면으로 가면 달과 해의 모습을 담은 일원연(日月硯)의 형태가 조각되어 있다. 이렇게 큰 백운상석을 채굴하는 것도 어렵지만 달빛을 품은 산수연을 조각한 권태만 작가의 솜씨 또한 후대에 전해질만 하다.

보령 오석을 이용한 또 하나의 명소로 개화예술공원(開華)이다. 오석을 활용한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공원에는 야외조각공원, 모산미술관, 허브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 야외조각공원은 보령에서 채굴되는 오석을 활용한 각종 조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약 5만 5천평의 부지에 세워진 각종 조각품과 미술품 등을 개인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을 채굴하는 공장을 운영하던 임항렬 대표는 2004년부터 국내외 조각가들을 초청하여 보령 오석을 활용한 각종 작품을 발굴하면서 남포석에 대한 글로벌화를 꾀하고 있다. 

아이 울음이 멈추고, 젊은 인재들이 떠나고 난 지역은 고립화와 소멸화를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맹렬하게 달리고 있다. 지역관광은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산업이다. 그러나 관(官)의 힘은 민초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의지가 있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민초들의 힘이 지역소멸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지역만의 콘텐츠를 발굴해 내는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희귀성을 브랜드화할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가장 흔하디 흔한 소재가 지역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일본 삿포로시는 겨울이 되면 불편하기만 한 눈을 소재로 삿포로 눈축제를 만들었고,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임항렬대표, 권태만작가 등 보령이 가지고 있는 뜻 있는 민초들이 지역을 든든하게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소재를 관광자원화하는 것이 지역소멸의 대안일 수 있다.

 


 

안용주

전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전 대전관광공사 상임이사
현 (사)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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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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