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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영 칼럼] 魚(물고기)와 餘(여유)

작성일 : 2024.08.09 23:40 수정일 : 2024.08.16 11:23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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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유난히 물고기를 좋아한다. 설 명절 때 중국 특히 중국의 시골에 가 본 사람이라면 물고기 그림 하나쯤은 분명 보았을 것이다. 또 중국에 출장을 다녀왔다면 식사를 초대한 호스트가 분명 생선요리 하나쯤은 식사 테이블에 올렸을 것이다. 명절상에 또는 손님상에 물고기를 올리는 것은 물론 맛도 맛이겠지만 물고기가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물고기는 중국의 전통문화인 ‘종이 오리기 공예-전지(剪紙)’에 등장하는 단골 디자인이기도 하다. 설이 되면 대문에는 福자를 붙이고 방에는 어린아이가 잉어를 안고 있는 그림을 붙이는 전통은 아직도 전해내려오고 있다.

 

전지공예로 오린 福자(출처=www.zhe2.com/note/581351943612)
 

 

물고기가 가지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중국인들이 숫자 중에서 ‘8’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八’(ba)은 광둥어에서 ‘發’(fa) 로 읽는데 ‘發’은 ‘돈을 벌다’는 의미를 가진 ‘發財’의 첫 글자로 ‘대박’을 의미한다. 그래서 요즘도 차 번호판이나 전화번호에 8이 많이 들어간 번호는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 물고기도 같은 맥락이다. 물고기 ‘魚’의 중국어 발음은 ‘yu’로 넉넉할 ‘餘’와 발음이 같다. 중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여유롭고 싶은 염원을 물고기를 빌어 표현해왔다. 

그래서 출세도 물고기와 연결시킨다. 우리가 말하는 ‘등용문’은 중국어로는 ‘어약용문’(魚躍龍門) 또는 ‘이어도용문’(鯉魚跳龍門)이라고 하는데 ‘물고기가 황하강의 급류인 용문을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일본에서 어린이날에 잉어가 폭포를 넘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깃발인 코이노보리를 거는 이유도 남자아이들이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물고기가 동서문명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한지는 오래됐다. 기독교에 ‘오병이어‘가 있는가 하면 불교에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과 목탁이 있다. 백제 무령왕릉의 베개, 신라 금관총의 허리띠, 고구려 벽화에도 물고기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예로부터 고사를 지낼 때 북어를 광목에 묶어 방에 매달아두었다고 한다. 요즘은 현관문에 걸어놓는 액막이 명태가 집들이 선물로 인기 만점이다. 어디 그뿐인가? 새 차를 구입하면 북어와 막걸리로 간단하게라도 고사를 지내야 마음이 편하다. 16만 킬로미터 넘게 달린 내 차 트렁크에는 아직도 명주실을 두른 북어가 자리하고 있다. 장거리 운전도 참 많이 하는데 큰 사고 없이 다니는 걸 보면 북어 덕인가 싶다. 어쩌면 북어 덕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 수도.

며칠 전 사용하지 않는 악세사리를 팔러 금은방에 들른 적이 있다. 얼마 전부터 눈에 많이 띄이던 물고기 반지가 여기에도 있길래 사장님께 물어봤더니 물고기가 재물과 건강을 상징하니까 우정반지와 가족반지로 많이들 구매한다고 하셨다. 특히 새끼손가락에 끼면 자녀가 잘 된다고 하여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 많이 사간다나? 상술의 의도가 다분하지만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 어디라도 기대고 싶은 우리 마음의 투영이 아닌가 싶다.     

MZ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묻지마범죄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이다. 개인화가 심해지고 청년 비혼주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이다. 며칠 전에는 나스닥이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235조 원이 증발했고 또 최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경제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러-우 전쟁과 이-팔 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국제 경제와 정세, 즐거운 일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많은 요즘이다.

 

물고기를 안고 있는 어린이(출처=https://hi.huitu.com/1033548/)

 

어수선한 시국엔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의 씩씩함이 참 부럽다. 물고기를 안고 있는 어린이는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인다. 언제면 우리도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마음의 여유를 빨리 되찾았으면 좋겠다.


 

현문영
현 선문대학교 외래교수
국제회의 동시통역(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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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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