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자신있게 2,000명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결국 교각살우(矯角殺牛, 소의 뿔을 고치려다 오히려 소를 죽임)가 되어 그나마 어느 정도 잘 유지되어 온 의료계가 망가져 의료대란이 현실화되었다. 이 모든 책임은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부에 있음은 물론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해결의 가능성이 없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가 단절된 채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중증 환자와 그 가족들은 치료가 늦어지고 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울분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있으며, 의사 수가 앞으로 1만 명이 모자라 5년 동안 1만 명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의대 입학정원을 당장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며 비밀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고 있다. 의대 증원 때 교육 여건이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점검과 필요한 예산에 대한 치밀한 계획도 없고, 또 의사들에 대한 설득과 의논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결과가 지금 의료대란이 벌어진 상황이다.
여론도 이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10 명 중 6명 내년 의대 증원 긍적적(7월 21일 한겨레신문)’, ‘국민 78% 내년 건강보험료 인하 동결(7월 21일 데일리메디)’이라는 내용은 제네시스를 타고 싶으냐 아반떼를 타고 싶으냐 묻는 그것처럼 어리석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제네시스를 타고 싶지만,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반떼를 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또 결국은 건강보험료를 많이 올려야 되는 것이 확실한데 정부는 국민에게 이런 내용을 숨기고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의대 증원 때 건강보험료를 많이 올려야 되는데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가?”라고 여론 조사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자 대학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바꾸겠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서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헛소리일 뿐이다. 전공의 의존도가 40% 가까이 되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는 주당 80~10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최저 임금 정도인 4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20%로 줄이면 전문의 교수들은 진료, 학생 교육, 연구를 병행해야 하고 주당 40시간 이상은 할 수 없으므로 최소 2~3배의 인원이 필요하며, 또 전문의는 월급이 높아 그 비용은 전공의 비용보다 10배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의 의료수가로는 병원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데도 말만 앞세워 신뢰를 잃고 있다.
정부는 필수 의사가 부족하고 지방 의료 소멸을 막기 위해서 2천 명을 반드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 800명 소아과 탈출 학술대회 보톡스·당뇨치료 배웠다(2023. 6. 12 조선일보)’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필수 과 의사가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피부 미용이나 성인 질환 치료 등으로 옮기고 있다. 지금 당장 필수 과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인데도 급한 불은 내버려 둔 채 10년 후에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필수 과 의사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의료수가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며, 또 국민에게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설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의사들이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3 또는 4년, 군의관 38개월 등 14년이나 힘들게 공부하며 전공의 저임금과 도가 넘는 노동을 버텨온 것은 사명감과 미래에 대한 보상 심리가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가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며 2천 명 증원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도 대지 못하며 일방적으로 추진하여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입고 떠난 것이다. 며칠 전에 대전의 피부미용을 하는 병원에서 2명의 의사 모집공고에 월급은 작년의 50% 지급에 100명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이러한 것을 볼 때 2천 명 증원이 현실화되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벌써 7월까지 건강보험 재정에서 1조1,676억, 정부 예비비에서 2,000억원 모두 1조3,676억이나 들어갔는데도 대학병원들의 적자가 엄청나며, 심지어는 몇몇 병원은 도산설까지 나돌고 있다. 5년 동안 1만 명을 증원하고 그 이후에는 증원하기 위해서 들어간 막대한 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증원한 교수들은 해고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고, 증원에 필요한 예산을 얼마며,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증원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가 며칠 여행을 갈 때도 비용을 계산하며 계획을 짜는데 국가가 치밀한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어 국민은 불안하다.
내년 의대 입학정원 4,567명, 치의대 630명, 한의대 725명, 약학대학 1,750명, 간호대 2만4,421명 모두 3만2,093명이나 되고 여기에도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의학 관련 업종을 더하면 4만 명이 훨씬 넘는다. 최근 출생 인구가 연 25만 명도 되지 않는데 의학 관련 입학정원이 출생 인구의 20% 가까이 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로봇이 환자 치료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 확실한데 치밀한 계획도 없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대 증원을 취소하고 의료계와 환자 단체, 야당을 포함한 위원회를 만들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적정 인원을 도출하여 내년부터 증원해야 한다. 이대로 의대 증원을 하면 의료 파멸이 오고 그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
임계묵
전 대전 보문고등학교 교사
교육 및 진학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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