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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영 칼럼] 한중 관계의 훈풍을 기다리며

작성일 : 2024.06.30 22:43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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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중 수교 32주년을 눈앞에 두고 양국 관계가 ‘해빙무드’ 에 접어들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한・중 환경장관 화상회의, 외교안보대화, 인사행정심포지엄, 국무총리 방중 등 고위급 교류가 탄력을 받고 있고 지자체에서는 각 지자체와의 수출 및 경제협력을 발 빠르게 논의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도 경제인교류회, 경제무역협력교류회, 한・중수교 기념포럼 등 행사로 분주하다. 

늘 그랬지만 한・중 관계는 크고 작은 부침을 거듭해 왔다. 필자가 통역사로 일하면서 체감했던 양국 관계를 되짚어보자면 가장 전성기는 아무래도 2013년~2016년 초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단체 간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고, 인천공항에는 양국을 오가는 관광객으로 늘 성황을 이뤘다. 특히 면세점 인도장에는 면세품 수령 후 버려지는 에어캡과 비닐백을 정리하는 청소 담당까지 생겼으니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러나, 2016년 초부터 사드 배치 문제가 대두되면서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필자는 마침 중국 현지에서 모 예능 방송의 현장통역을 하면서 시즌 2, 시즌 3 촬영에 대해 논의 중이었는데, 7월에 접어들면서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시작으로, 급기야 중국 방송에서 한국 관련 콘텐츠와 한국어가 모조리 편집 당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한한령(限韓令)이 시작된 것이다. 프로그램을 찍어도 방송에 못 나가니, 통역사는 현장에서 철수했고, 추후 시즌에 관한 이야기도 당연히 없던 일로 되었다. 이렇게 두 나라의 인적 교류는 급격히 냉각기로 접어들었다가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되다시피 되었다. 그러는 동안 양국 국민 간의 갈등의 골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상대국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서로에 대한 험담으로 도배되었고, 특히 단오・한복・김치를 둘러싼 문화기원 논쟁으로 시작된 갈등은 점점 더 거세지기만 했다. 

사실 한국의 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은 모두 제천행사의 일종에서 기원하긴 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서낭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탈춤・가면극・굿놀이를 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애국시인 굴원(屈原)의 넋을 기리기 위해 댓잎떡을 먹고, 용주(龍舟) 경기를 벌이는 등 행사 내용은 전혀 다르다. 김치 역시 한국의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泡菜)가 전혀 다른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김치의 중국어 번역이 파오차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2021년 문체부가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泡菜’에서 ‘辛奇’로 수정했다. 한복 원조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작 순수한 누리꾼들은 이러한 문화적 충돌의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채 서로 헐뜯기에만 바쁘다.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중 양국의 관계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수많은 이해 요인이 얽혀있어 일단 악화되면 개선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간의 갈등 조정이 어렵다면 민간에서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2만9,000개에 육박하고, 중국은 연속 20년 동안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록 대중 적자가 발생하고 중국을 이탈하는 사업체들도 늘고 있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여전히 중요한 무역대상국이다. 사실 통역 현장에서 본 양국 관계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협력을 논하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분위기가 좋은 게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한중 관계의 전성기 때를 더듬어보면 방한 중국인이 최고 절정을 이룬 2016년에는 한국 방문객이 무려 827만 명에 달했고, 코로나 기간에 급감했다가 요즘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한국과 중국 지자체는 대부분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경제단체・학교・협회 간 교류도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이들 단체가 전면에 나서서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면, 정부 차원의 어려운 국면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사이에는 만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민간외교관 푸바오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자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외교 관계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큰 틀에서의 공통점은 취하고 작은 부분의 차이점은 인정하자는 뜻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구동존이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현문영

현 선문대학교 외래교수
국제회의 동시통역(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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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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