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5.10 12:52 수정일 : 2024.05.10 12:56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우리 대한민국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여 저출산 문제를 국가차원에서 대응해왔다. 그러나 2023년 합계출산율 0.72%를 기록하며 ‘국가소멸’을 걱정하는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TV를 틀면 전문가들은 토론을 하고, 다큐방송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리고 공익광고는 아이 키우기 어렵지 않다는 믿기 힘든 말까지 하며 모두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 낳고 나라구하세요” 라며 한 사기업 역시 연대의 목소리를 드높인다.
“우리나라가 정말 망한다는데 어쩌면 좋아요”라던 한 지인의 불안해하던 눈빛이 생각난다. 이 광고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라면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광고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이 낳고 나라구하세요” 라는 광고 멘트는 저출산 문제를 오로지 아이를 낳을 수도, 낳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로 만들고 그래서 그 누구도 아닌 오직 그들 청년들에게 나라를 구하고 망하게 하는 선택과 책임이 있음을 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이미 저출산 문제가 정부와 사회 그리고 국민 모두의 문제임을 알기에 청년들을 향한 이러한 강변은 마케팅으로 식별할 줄 안다.
“아이 낳고 나라구하세요” 라는 이 광고는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 새로운 생각을 불어 넣는다. 그것은 저출산 문제를 거꾸로 즉 ‘나라가 망한다’는 것으로부터 풀어 보는 것이다.
국토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가격, 사교육비, 청년수도권쏠림이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다. 그리고 인구학자 이상림과 행동심리학자 김태훈에 따르면 이러한 저출산은 지방소멸과 함께 경제성장률 0%에 돌입하게 하는 노동인구감소로 이어진다. 저출산으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지방소멸과 노동인구감소로 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라가 망하는 것을 염려한다면 지방소멸과 노동인구감소를 염려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그럼 우선 지방소멸을 염려함으로써 나라가 망하는 것을 염려해보자. 지방소멸은 저출산 그 자체로부터 또한 청년수도권쏠림으로부터 초래된다. 그리고 청년수도권쏠림은 또 다시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 나라가 망하는 것을 염려한다는 것은 청년수도권쏠림을 염려하는 일과 결코 별개일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양극화에 무관심할 때,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외면할 때 저출산 정책은 지금처럼 수도권중심의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내고 그 결과 청년수도권쏠림을 더 부추기고 저출산을 더 심화시킨다.
이제 다음으로 노동인구 감소를 염려함으로써 나라가 망하는 것을 염려해보자. 노동인구감소의 원인을 규명함에 있어 저출산율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낮은 출산율에만 조명을 비추고 있다 해도, 나라가 망하는 것을 염려하는 국민이나 정부는 그 원인을 사회 곳곳으로부터 살펴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많은 노동인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매해 교통사고사망률보다 산업재해사망률이 더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OECD에서 자살률이 1위인 나라, 1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망률에서 자살률이 1위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단지 참고만 있다는 이유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생명들이 있다. 태어날 생명이 소중하다면 살고 있는 생명 역시 소중하다. 태어날 노동인구가 소중하다면 살고 있는 노동인구 먼저 돌보고 지켜야 한다.
나라가 망하는 것을 염려한다면, 지방소멸과 노동인구 감소를 염려해야 하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염려하는 일이어야 한다.
하일선
현 국립공주대학교 외래교수
현 충남도 정책자문위원
독일 쾰른대학교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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