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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미호 칼럼] ‘일본 대학생’ 높은 취업률의 이유

작성일 : 2024.04.29 11:55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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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는 중간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며칠 전, 한 4학년 남학생이 찾아와 “조기 취업이 확정되어 다음 주부터 출근해야 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는데 학교에 더 이상 나오지 못 한다는 것이 안쓰러웠다. 그런데 의외로 그의 표정은 밝았다. 현재 대학생 취업률이 60%대인 한국에서는 그 남학생처럼 재학 중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취직난인 한국과는 다르게 나의 고향인 일본에서는 2024년 3월 대졸자의 취업률이 95%를 넘었다. 또한, 문과와 이과에 따른 취업률 차이도 없다. 이처럼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이 높은 이유를 크게 기업(企業)과 학생(學生)이라는 두 가지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많은 일본 기업은 1년에 한 번 정기 채용으로만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정기 채용 시기는 정부가 정한 일정, 일명 ‘취업 룰(就活ルール)’에 따라야 한다. 1953년에 제정된 ‘취업 룰(당시에는 취업협정)’은 대학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취업 룰’이 없던 시절에는 기업이 더 우수한 학생을 빨리 채용하기 위해 선발 시기를 앞당겨, 학생들은 3학년부터 취업 활동을 시작하여 학업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일본 기업은 대학생에게 ‘즉시 전력감(卽戰力, 현장투입 가능자)’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이 면접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학업 성적이나 스펙이 아니라 끈기와 성실함 그리고 잠재력이다. ‘즉시 전력감’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입사 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을 통해 회사에 맞는 인재로 바꿔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취업 시장에서는 대학생이 ‘갑’이다. 취업 활동 중에 면접을 보는 곳은 평균 5.9개사, 내정(內定)을 받는 회사는 평균 2.54개사인데, 내정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구직활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조건의 회사에 합격할 때까지 끈기 있게 취업 활동을 계속한다. 모든 회사의 근무 시작일은 4월 1일이기 때문에 합격 후에 바로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고, 합격일부터 졸업까지 일본 대학생들은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나 동아리 활동에 몰두한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다.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이 매년 꾸준히 95%이상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정책과 일본 기업의 채용방식 그리고 대학생들의 끈기 있는 취업 활동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크게 다른 점은 대학생에게 매우 높은 스펙과 성적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들이 평범한 스펙으로는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업의 높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학업에 힘을 쏟는다.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경험할 여유도 찾기 힘들다. 

또한, 한국의 대학생들은 너도나도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대기업은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고 취업 활동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가 30세라고 하니 당연히 만혼(晩婚) 비율도, 아기를 낳는 나이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취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기업과 협조하여 대학생에게 유리한 ‘취업 룰’을 만들고 내정(內定) 후에도 졸업까지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대학은 인생의 여름 방학’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 성적은 취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 대학생들은 적당히 공부하며 대학 생활을 즐긴다.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를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 활동을 경험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국 대학생의 행복지수는 53점이며, 스트레스 원인의 1위가 취업준비라고 한다.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른 한국 대학생이야말로 공부에서 잠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대학 생활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업보다 아르바이트나 동아리에 힘쓰는 일본 대학생과 수업을 듣지 못하고 조기 취업을 하는 한국 대학생.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한국과 일본의 이중 국적을 가진 내 아들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이다. 이대로 한국의 대학에 진학시켜야 할지, 일본의 대학에 유학을 시켜야 할지 엄마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다카하시 미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통번역학과 교수
전 장안대학교 교수
언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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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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