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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형 칼럼] 장애인의 날의 풍경들

작성일 : 2024.04.22 10:47

작성자 : 편집부 (sisa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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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며 생동하는 봄의 계절 4월, 해마다 기념하는 날 중의 하나인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있다. 일찍이 유엔은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International Year of Disabled Persons)’로 선포하면서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하도록 권장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를 받아들여 1981년에 ‘장애인복지법’을 제정하였고, 민간단체에서 해오던 기념일을 이어받아 공식적인 ‘제1회 장애인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법정기념일로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유엔은 1992년부터 12월 3일을 세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였던 1981년 그 해 12월 3일에 열린 제37차 유엔총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World Program of Action Concerning Disabled Persons)’이 채택된 데서 비롯된다. 또 유엔은 1983〜1992년까지를 ‘세계 장애인 10년’ 즉 ‘재활 10년(Rehabilitation Decade)’으로 정하였다.

국내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에는 정부 주도의 기념식 행사가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제4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함께 하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을 슬로건으로 서울 여의도의 63컨벤션센터에서 행사를 거행하였다. ‘장애인복지법’ 제14조는 장애인의 날의 취지를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라고 하면서 장애인의 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날의 취지에 맞는 행사 등 사업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반면에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는 시민단체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한국장애인인권상 시상식을 개최해오고 있다.

한편 장애인계의 진보성향 단체인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중심이 되어 2002년부터 해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약칭 420공투단)을 구성하고,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정부의 기념행사와는 별도로 행사를 해왔다. 매년 최옥란 열사(기초생활수급권, 이동권 투쟁 중 2002년 35세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뇌성마비 여성) 기일인 3월 26일을 출범식으로 시작하여 노동절인 5월 1일 해단식까지 장애인차별철폐를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도 3월 26일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는 슬로건 아래 출범하여 ‘장애인의 날’을 앞둔 19일 서울시청 서편에서 ‘제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1박2일 집중결의대회’를 갖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420공투단은 장애인 권리 4대 법안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장애인 탈시설지원법안’, ‘장애인평생교육법안’, ‘중증장애인 노동권보장 특별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방송매체들도 다양한 뉴스들을 내보냈다. 패럴림픽국가대표 탁구선수 보도(KBS), 장애인 일자리 사업장 보도(MBC), 장애인의무고용 도입 14년이지만 실제 고용률은 2%대 저조(TV조선), 장애인단체들 이틀간 4호선 농성(MBN) 등을 보도하였다. JTBC는 ‘장애인도 시민답게 살고 싶다’ 전장연 시위 보도와 함께 실명한 개그맨 이동우 인터뷰를 하였다. SBS는 ‘이동권·노동권 보장’ 승강장에 누워 시위, 휠체어 탑승시설 미비한 광역·고속버스 등의 시사성 있는 장애 관련 보도와 더불어 ‘장애 뛰어넘는 도전’ 보도로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 데뷔와 기후·환경 주제 관련 발달장애 작가 전시회 보도를 하여 돋보였다. 또한 YTN도 수어와 노래를 합쳐 부르는 K팝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에 대한 보도와 함께 지하철 승강장에 드러누운 장애인들 ‘다이인(die-in) 시위’, 시각장애인의 새로운 장벽 키오스크 보도를 하여 다각적인 취재의 열의가 느껴졌다.

분명 우리 사회는 한걸음씩 이전보다 나은 복지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다만 당사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는 각자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애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이며, 우리 사회처럼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선 노화로 인한 장애 역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장애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의 문제가 아닌 예비적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문제로 인식될 때,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대한 사회적 해법이 쉬워질 것이다.    

자연의 4월은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T.S. 엘리어트의 시 ‘4월은 잔인한 달, 썩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고......’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여전히 현실의 장벽이 높을지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보장되는 공동체를 희망해본다.

 


 

우주형

현 나사렛대학교 휴먼재활학부 교수
현 국민연금공단 장애정도심사위원회 위원
전 충남인권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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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박창규 기자 010-871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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