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4.08 16:02 수정일 : 2024.04.08 16:06
작성자 : 편집부 ( sisa0412@naver.com)
온통 국회의원 선거 뉴스다. 작년 하반기부터 거대 양당은 공천 작업으로 시끌벅적했고, 순식간에 새로운 정당도 몇 개 탄생했다. 각 정당의 지지율은 각종 호재와 악재들로 요동친다. 정치인들의 설화(舌禍)는 끈임 없는 잡음을 낳고 있다. 고작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의원 선거,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뉴스는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선거광풍 속에, 꽤 억울한 누군가에게 올해 초 큰 희망을 주는 일이 있었다. 소위 2003년의 ‘송정 저수지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장○○씨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장○○씨는 수감 중 계속 무죄를 주장하며 수차례 재심을 청구했었다. 드디어 2024년 1월 11일 대법원은 장씨의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인정된다며 재심개시결정을 확정하였다. 국가보안법 등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의 재심개시는 극히 이례적이다.
억울한 누군가는 또 있었다. 이번에는 두 명이다. 일명 2009년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아버지 백○○와 딸 백○○씨가 그 주인공이다. 수사기관은 내연관계에 있던 아버지와 딸이 공모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봤고, 최종적으로 아버지는 무기징역, 딸은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담당 변호사는 재조사 과정에서 강압에 의한 자백을 의심했고,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드디어 2024년 1월 4일 광주고등법원은 다시 재판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대단히 이례적으로, 수감 중이던 아버지와 딸을 석방했다. 잠정적이지만, 11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형사사법시스템에서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판결, ‘오판(誤判)’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잘못된 판결로 인해 처벌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은 상상조차 끔찍한 일이다. 형사사법제도 역사는 곧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억울하게 만들지 말라'는 문구는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하다.
그러나 오판의 억울함은 선거 뉴스 속에 저 아래 파묻혀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올해 초 재심개시결정이 있은 후 언론의 일회적 보도는 있었지만, 관심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재심 진행에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언제까지 재판이 이어질지 모른다. 억울한 누군가는 여전히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20년의 억울함도, 그저 쉽게 잊혀져간다. 선거 이후에는 더 많은 뉴스들이 이어질 것이다. 별일이 없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례적으로 밝혀진 오판 사례들도 그저 몇 사람이 겪은 억울한 ‘헤프닝’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사라져 간다. 20년간의 지친 기다림은 병환을 가져왔고, 장씨는 끝내 4월 2일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다. 4월 17일로 예정된 재심 첫 재판을 2주 앞둔 일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억하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김면기
법학박사
현 경찰대학교 교수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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