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우 살리기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시
작성일 : 2024.03.21 22:01 수정일 : 2024.03.21 22:08
작성자 : 박창규 기자 (sisa0412@naver.com)
대한민국의 도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우리 농촌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우리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그들의 소중한 땀이 외면 받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인사이드충청은 2024년 연중기획 ‘우리 농촌, 우리 먹거리’를 통해 농촌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어려워도 자부심을 가지고 한우 농장을 지켜왔으니 그만큼 정성을 들여 더 좋은 품질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모든 한우 사육 농가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식탁에서 한우가 사라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안성천은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 시궁산에서 발원해 안성시를 거쳐 평택시를 지나 아산만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안성천 주변은 넓은 충적평야가 형성되어 있고 이곳을 안성평야라고 부릅니다. 예로부터 훌륭한 곡창지대로 특히 안성미(安城米)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품질이 뛰어난 한우가 사육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3,600여㎡ 넓이의 농장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한우를 정성스럽게 키워내고 있는 대성농장 송용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오래전 미국 소고기 첫 수입을 앞두고 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농가가 모두 망하고 말거라는 공포가 있었습니다. 가격만 보면 미국과 호주에서 들어오는 수입 소고기와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한우는 계속 키워지고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맛과 품질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허투루 키워낼 수 없지요.”
송용필 대표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농장에서 거세 한우를 비육해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어린 송아지를 들여와 과학적으로 설계된 비육 방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키워내 맛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농장 운영 경력은 15년 정도로 비교적 짧지만 만숙종인 한우 품종의 특성을 잘 알고 키워내는 터라 출하된 거의 모든 소들이 최고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거세한우는 23개월 이상을 비육해야 가장 맛이 좋아요. 한우 개량 사업을 통해 형질이 상향되고 비육기술과 사료가 발전하면서 투플러스 등급 만들기가 쉬워졌습니다. 사육 개월을 단축해 살만 찌워도 마블링이 형성되지만 너무 일찍 출하한 어린 한우는 맛이 차지 않습니다. 비육 과정을 충실히 지키고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야 진정한 한우의 맛이 나요. 소고기뭇국도 한우로 끓인 맛과 수입고기로 끓인 맛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송용필 대표의 농장은 과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소의 월령에 따라 구분된 우사에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사료와 물이 공급됩니다. 과학적으로 설계된 비육 과정에 따라 월령별로 각기 다른 사료와 건초 등을 먹입니다. 냄새가 나는 과거의 축사와는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된 농장 안에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호기심을 가진 한우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콧김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송아지가 들어오면 처음 2~3개월 동안은 아이 키우듯 애지중지 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출하할 때까지 편안하게 성장하도록 노력합니다. 수입소고기와 가격으로는 승부할 수 없기 때문에 고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야 해요. 저를 비롯해 우리지역 한우 농가들은 정말 절치부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송용필 대표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아쉬움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해도 사육비용 증가와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한우농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소비자 지출은 줄이고 축산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각 지역에서 한우 브랜드 명품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유통단계가 너무 복잡하고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가격만 뛰는 것이지요. 당장 한우 꽃등심 한 근 사서 구워 먹고 싶어도 가격표 보면 쉽게 지갑 열기가 어려운 분들이 대다수에요. 이걸 바꿔야 합니다.”
송용필 대표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대범했습니다. 지자체와 협동조합이 함께 가칭 ‘공공한우정육센터’를 설립해 유통단계를 축산농가-협동조합-소비자로 줄여나가자는 것입니다. 출하되는 모든 한우에 적용하기 어려우니 일부 한우에 대해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예를 들어 출하량의 일부를 지역협동조합이 수매해 도축을 거쳐 바로 공공한우정육센터에 납품하면 축산농가 소득은 올리고 소비자는 지출을 줄일 수 있어요. 지자체가 공공한우정육센터에 투자해 구입한 한우를 바로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겁니다. 안성에 갔더니 한우가 싸고 맛있더라. 정육센터에서 구입해 바로 옆에 있는 캠핑장형 바비큐 공간에서 정말 맛있게 구워먹고 왔다. 정말 명품이더라. 이런 입소문이 나면 그게 바로 명품 한우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의 아이디어처럼 앞으로의 목표는 우수한 품질의 우리 한우를 지키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커가는 소들을 보며 정말 간절하게 한우명품화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한우를 위한 바람을 전합니다.
“저의 목표는 우리 한우를 잘 키워 수입소에 뒤처지지 않는 것입니다. 저와 비슷한 중소규모 한우 비육 농가들은 대부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농장들만의 고민으로는 이겨내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급등하는 사육비와 물가의 풍랑을 맞아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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