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면서 출마 후보자 간의 토론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천안에서도 3개의 지역구에서 모 케이블방송사의 주관으로 1차 토론이 열렸다. 토론을 보면서 한국에서 토론이라는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토론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토론’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토론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고 노무현대통령이다.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벌인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한 검사가 붙여준 별명이다. ‘토론의 달인’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까?
천안에서 이루어진 3개 지역 국회의원 후보자의 토론회를 보면서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발견한 것은, 제일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천안 병지역(더불어민주당 이정문, 국민의힘 이창수, 녹색정의당 한정애)의 토론이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보인다. 가장 낙제점을 주어야 할 토론회는 두 번째로 이루어진 천안 을지역(더불어민주당 이재관, 국민의 힘 이정만)의 토론이다.
일반적으로 정치 혹은 정책관련 토론회는 ‘자유토론’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기본적인 룰(순서, 발언시간 등)을 크게 제한(制限)하지 않고 진행되다보니, 어느 한 쪽의 목소리 큰 사람이 마이크를 독점하거나, 상대방이 발언하는 도중에 끼어든다거나,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하나의 방식은 순서, 발언시간 등 비교적 엄격하게 제한을 둠으로서 양쪽 진행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아카데미식토론’방식이다. 주로 선거 시기에 이루어지는 후보자 토론은 이 방식을 따른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였던 천안 병지역 후보자들은 주어진 룰 속에서, 비교적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의 공약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배치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매너 있는 토론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시청하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반대로 천안 을지역 후보자들의 토론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제한된 시간과 순서는 지켰지만, 주도토론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토론보다 상대방을 심문하는 듯이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힘 후보자는 마치 상대방을 죄인처럼 다그치는 듯한 질문방식을 씀으로서 시청자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토론회가 아닌 죄인에 대해 심문(審問)하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서 학생들에게 권할만한 토론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토론(討論)이란, 어떤 문제나 사항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論議)하는 것이다. 토의(討議)란, 어떤 문제나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협의하는 것을 말한다. 단어가 함의하고 있는 것처럼, 토론회에서는 각자의 생각을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은 그 의견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다.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이 토론회를 통해 상대방을 굴복(屈服)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가장 나쁘다. 토론회는 죄인(罪人)을 만들기 위한 재판(裁判)이 아니다. 시청자가 있고, 토론자 각인의 생각을 상품(商品)으로 만들어 누구 것을 살 것인지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토론은 제시(提示)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무너뜨리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무력화시키거나, 상대방의 항복(降伏)을 받고자 한다면 토론(討論)에 참여하는 기본부터 다시 학습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대상의 토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는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 어떤 후보자가 출마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이므로, 이런 토론을 잘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조심할 것은, 토론회에서 보여주는 후보자가 설사 달변(達辯)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이력을 미리 살펴보고, 신뢰(信賴)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토론회를 통해 눈여겨봐야 한다. 토론에서 설사 말을 잘 못하더라도, 품성(品性)이나 자세를 통해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시청자의 날카로운 판단력이 중요하다. 결국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안용주
전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전 대전관광공사 상임이사
현 (사)한국지역혁신네트워크 이사장
현 한국해양관광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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